" 아니, 그렇게 좋은 나라를 두고 도대체, 왜 한국으로 왔어요? "
한국 사람들은 항상 이 질문을 하고, 저는 언제나 똑같은 대답을 합니다.
" 여행으로 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매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
대한이탈리아인 스태피님을 소개합니다. 한국, 서울에 온지 5년 째로 친구와 커피와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 찾기, 한국에 숨겨진 이탈리아 맛집 다니기, 국내 소도시 투어가 요즘 빼놓을 수 없는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대한민국과 사랑에 빠진 스태피님의 소중한 순간, the moment를 공유합니다.
Q. 이런 말 정말 자주 들으실 것 같아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정말 한국어를 잘하시네요.
돈 벌고 일하다 보면 이 정도는 기본이죠 (웃음) 어렸을 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외국어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아시아에 관심이 많아서 처음엔 중국어, 일본어를 먼저 공부했어요. 그 때까진 한국, 한국어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요. 잘 모르기도 했고요.
그러다 어느 날, 친구가 한글을 소개해줬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거에요! 공부하던 다른 언어를 다 중단할 정도로 푹 빠져버렸죠. 마침 제가 살고 있던 베네치아의 대학교에 한국학과가 생겼고 바로 전공을 정했어요. 선생님들의 반대가 굉장히 심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네요.
서면으로 진행한 질문지에 무려 7장의 답변을 보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stefyjj92)에는 사진만큼이나 장문의 글이 인상적이다.
Q. 우연과 운명이 어우러진 한 편의 로맨스 영화 같네요.
갑작스러운 만남, 주변의 반대… 한국 드라마 스토리같기도 하죠? 현실은 더욱 치열했어요. 대학에 입학하고도 일상에서 한국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정말 열심히, 미친듯이 공부했어요. 노력 끝에 장학금을 받고 6개월 간 교환학생 기회를 얻었어요! 와서 직접 살아보니 한국에 흠뻑 빠지게 되었답니다.
꼭 다시 오겠다는 결심을 하고 공부에 매진해 졸업을 했고, 장학금을 받아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 근무하며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고 있어요. 드라마나 영화는 완결이 있지만 제 이야기는 아직 현재 진행중이에요.
" 뻔한 스토리 같지만 현실은 너무나 치열했어요. "
" 드라마나 영화는 완결이 있지만 저의 한국 정착기는 아직 현재 진행중이에요. "
Q. 이 스토리가 쭉 로맨틱 코미디로 이어지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게 순탄치 않죠.
다들 그렇겠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힘들 때가 생기기 마련이죠. 저는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싶어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호텔, 식당, 차량, 입장료, 가이드 등 현지에서 필요한 것들을 세팅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매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여러가지 것들을 어레인지 하는게 항상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제 적성과 잘 맞고요.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가끔 야근하기도 하고, 가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 손님(?)도 계시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좋은 분들이라 함께 해쳐 나가는 것도 즐거워요.
Q. 휴일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스태피님의 인스타그램을 보니 국내 여러 곳을 다녀 보신 듯해요.
제가 살던 곳은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고 그다지 여행해본 적도 거의 없었어요. 어렸을 때여서도 그렇지만,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데 교통이 편한 편도 아니었고요.
한국은 대중교통부터 고속버스, KTX까지 너무 편리해요. 미리 계획을 짜서 여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새벽에 갑자기 출발할 때도 있는데 버스가 잘 되어 있으니 문제없죠.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필요한 건 웬만해선 해결할 수 있으니 맘이 편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에 대해 알려주세요.
친구와 함께 떠난 경주 여행이요! 당일치기로 새벽 버스를 타 오전 10시쯤 도착했고, 밤 7시까지 발 가는 대로 돌아다니며 힐링 타임을 보냈어요. 같이 간 친구와 한복을 입고 계속 사진 찍으며 순간 순간을 즐겼던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마침 단풍이 절정일 때라 더 예쁘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빨갛고 노란 배경 속에 역사의 기록들이 남아있고, 조용한 마을에 논과 밭이 펼쳐진 모습을 보니 고향 생각도 났고요.
Q. 한복 잘 어울려요!
관광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지나갈 때 마다 칭찬을 엄청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쑥스럽지만… 제 생각에도 예쁜 것 같아요 (웃음)
" 학생 땐 시간이 있지만 돈이 없고, 직장인이 되면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죠. "
" 그러다 퇴직하면 시간도 돈도 있지만, 건강이 안 따라줘요. 여행은 할 수 있을 때 꼭 하세요. "
예전에 어떤 가이드분에게 들은 이야긴데요, 진짜 맞는 말인 거 같아요.
Q. 여행지를 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여행 관련 직업이라 여행을 자주 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항상 여행을 꿈꾸게 되죠.
제 기준은 확실해요. 바로 음식과 풍경! 맛있는 음식이 있고, 힐링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 있거든요.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줄 수 있는지를 고려하고 있어요.
Q.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전주, 부산, 동해, 당진, 강릉, 경주 등 시간 날 때마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아직 제주도를 한번도 못 가봤어요. 해산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외에도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예쁜 카페도 많다고 하고요.
그리고 한라산! 한라산에 꼭 가보고 싶어요. 어떤 계절에 가도 멋지다고 하니 언제든 가게 되면 감동일 거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정상까지 올라가 보는게 목표에요!
Q. 당신의 몰입하는 순간, the moment는 언제인가요?
5년 전,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순간이 생각나요. 언제나 함께하던 부모님과 멀리 떨어진다는 슬픔, 앞으로는 정말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하는구나 하는 막막함, 확신 하나 없는 미래가 갑자기 실감나기 시작했어요.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설렘이 더해졌던 그 순간, 그 때의 감정은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마치 어제처럼 생생해요. 힘들고 지칠 때에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더 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